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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기 문 열어젖힌 부동산 대책

등록 2014-09-01 18:32

국토교통부가 1일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이란 제목으로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공급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주택시장으로 돈이 몰리도록 유도해 내수경기를 띄우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하지만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방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칫 국지적으로 투기 바람을 일으키고 자산 양극화만 심화시켜 국민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대책 내용을 자세히 보면, 그동안 건설업계와 부동산사업자 쪽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민원을 한꺼번에 해소해준 듯한 느낌이 든다. 집을 투자의 수단으로 여기거나 이미 여러 채 가진 계층에도 희소식이 될 듯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 추진 요건과 절차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의 임대주택과 소형주택 의무비율 규제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 재개발, 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여주려는 조처다.

한마디로 정부가 안전에 큰 문제가 없는 아파트까지 부수고 다시 짓도록 권장하는 꼴이다. 이렇게 하면 오래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의 강남이나 목동 같은 곳은 재건축 기대이익이 커지게 된다. 이미 집값이 비싸고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도 높은 곳의 집주인들이 이번 대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셈이다. 부동산업계에서 ‘강남발 투기 바람’의 재연을 예상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주택청약제도 또한 다주택자에게 유리하도록 개편된다. 민영주택의 무주택 가구의 세대주에 대한 청약 가점제는 완화하면서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감점제도는 폐지하기로 했다. 다주택 보유자의 신규 분양시장 진입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아파트 분양시장의 열기는 높아질 수 있겠다. 그러나 신규 분양주택의 무주택자 우선공급 원칙은 대폭 후퇴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주택 구입에 따른 기대이익을 높여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 방안으로 2017년까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계획을 내세웠다. 그런데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등 민간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전세주택의 빠른 월세 전환에다 치솟는 전월셋값 등으로 당장 서민 주거난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정부 대책은 한가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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