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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육부, ‘불량 자사고’까지 감싸겠다는 말인가

등록 2014-09-01 18:33수정 2014-09-01 21:49

서울시교육청은 1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4곳을 평가한 결과 8곳이 기준점수를 넘지 못해, 이들 학교를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수치는 6·4 지방선거 때 자사고 폐지가 새 교육감들의 대표적 공약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온건한’ 내용이다. 특히 자사고가 몰려 있는 서울의 조희연 교육감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할 일로 자사고 폐지를 꼽은 바 있다. 14개교 모두를 폐지하라는 게 진보 쪽의 주장이었고, 적어도 3분의 2 수준인 10개교는 지정 취소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타협책을 내놓은 것은 시간 제약과 법적 다툼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자사고 쪽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교육부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나자마자 또다시 ‘맞불’을 놓았다. 자사고를 비롯해 특성화중, 특목고를 지정하거나 지정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사전협의’가 아닌 ‘사전동의’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의 4항은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경우 지정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법 91조3의 5항에 “지정 취소할 경우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한 규정을 확대 해석해 자신들이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억지를 펴왔다. 사전 협의의 의미를 무리하게 확장 해석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사전 협의를 사전 동의로 바꾸겠다는 건 결과적으로 그동안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인정한 셈이다. 사전 협의가 사전 동의의 뜻이라면 번거롭게 시행령을 개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어떻게 해서든 진보교육감의 자사고 폐지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미 교육감에게 있는 권한을 빼앗는 것인 만큼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지 따져볼 만한 사안이다.

우리 국민은 이미 선거를 통해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최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는 쪽은 60.7%였고 반대는 22.9%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더이상 민심에 역행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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