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와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하나같이 끔찍하고 기가 막힌다. 우리 군의 현주소다. 군이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군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포로체험 훈련을 받던 공수특전단 하사 2명이 2일 숨진 사건은 28사단 윤 일병 사건 못잖게 끔찍하다.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숨질 때까지 방치했다면 가혹행위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훈련에 참가한 10명은 공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 두건을 머리에 쓴 채 무릎을 꿇고 두 손이 뒤로 묶인 상태로 1시간40분 동안 독방에 들어가 있었다. 의식이 혼미해진 하사 한 명이 소리를 지를 때까지 전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니 훈련이라고 할 수가 없다. 혹시 하며 다른 참가자들을 살펴보니 2명은 이미 의식이 없었다. 이 둘이 곧 숨졌다. 이런 ‘실전적이고 강한 훈련’이 올해 처음 계획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시험 차원에서 훈련을 했다고 군은 설명한다. 사람 잡는 예행연습을 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만취 추태를 벌인 신현돈 1군사령관(대장)이 이날 전역 조처된 일은 기가 막힌다. 야전군사령관인 그가 군사대비태세 기간인 6월19일 충북의 모교 행사에 참석하려고 위수지역(관할경비구역)을 무단이탈한 것만도 큰 잘못이다.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흐트러진 복장으로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봤고 그사이 헌병이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군사정권 시절의 구태를 보는 것 같다. 군 수뇌부가 이 일을 은폐하려 한 흔적도 짙다. 군은 곧 민간인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벌였으나 두 달 반이 지난 지금에야 내용을 공개했다. 이틀 뒤인 21일 그의 관할인 22사단에서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군 수뇌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고의로 감췄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당시 국방장관이었다.
사건·사고와 추문이 이어지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간부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폐쇄적이고 낙후한 병영문화도 빨리 바뀌어야 한다. 특히 상명하복의 군 특성상 수뇌부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변화의 동력이 생길 수 없다.
군은 지금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드는 등 나름대로 개혁을 시도하고 있으나 국민의 눈길은 차갑다. 대표적인 게 군사옴부즈맨 제도 도입과 군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군의 거부 움직임이다. 근본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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