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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말로만 특권 포기’ 외친 새누리당

등록 2014-09-03 21:08수정 2014-09-04 21:52

철도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세월호 특별법 등 사안마다 대립해온 여야가 동료 의원 감싸기에는 힘을 합친 셈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뻔뻔한 태도는 놀랍다. 불과 며칠 전 새누리당은 입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임시국회를 소집한 것을 두고 ‘방탄 국회’라고 앞장서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자기네 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부결해버렸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직후 “야당에서도 상당수 참여했을 것”이라며 야당과의 공동책임론을 폈지만,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상 여당 힘으로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구차한 물귀신 작전일 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송 의원의 혐의는 세월호 사건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온 관피아 척결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서 내용을 보면 그는 그동안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11차례나 거액을 받아 챙긴 것으로 돼 있다. 게다가 그가 여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표적 수사나 끼워팔기식 수사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국 새누리당은 세월호 사건의 근본적 한 원인인 업계와 정관계의 유착 고리를 끊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새누리당이 보인 태도 역시 도덕적 불감증의 극치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 각자가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최소한의 유감 표명마저 하지 않았다. 그는 또 현행 형사소송법상 국회의 동의 없이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자진출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모르는지 “송 의원 본인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겠다는데 굳이 체포동의안을 통해 가야 하느냐에 대해 의원들의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도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2012년 7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던 것과 비교해봐도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국회 체포동의안 제도를 놓고는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경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피의사실을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는 등의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제도 손질에 손을 놓은 채 제 식구 감싸기를 계속하는 것을 보면 방치 행위 자체가 고의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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