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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보호수용’은 ‘보호감호’의 다른 이름일 뿐

등록 2014-09-04 18:33

법무부가 형기를 마친 흉악범을 최장 7년까지 사회에서 격리하는 내용의 보호수용법 제정안을 3일 입법예고했다. 보호수용제는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0년 도입됐다가 과잉처벌 및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돼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제와 기본 틀이 비슷하다.

물론 시대가 바뀐 만큼 달라진 측면이 있다. 보호수용 대상을 살인죄를 2회 이상 저지르거나 성폭력범죄를 3회 이상 저지른 사람, 13살 미만자에게 성폭력을 가해 사망하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힌 사람으로 한정했다. 절도범까지 적용되던 보호감호제보다 축소된 것이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권침해 시비가 일었던 ‘청송보호감호소’와 달리 보호수용제도는 수용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고 한들 사회로부터 개인을 떼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독재시대에 만들어진 보호감호제의 부활일 뿐이다.

우리 형법은 누범·상습범에 대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도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보호수용제를 도입해 또다시 재범 위험성을 평가한다면 이중처벌이 된다. 재범 위험성이라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개념인데다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 보호수용을 선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도 떨어진다. 검사의 자의적 청구와 사실상의 유죄협상, 자백 강요, 별건수사 등과 같은 부작용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국가인권위도 2011년 3월 “보호수용제도는 과거 보호감호제도가 지니고 있던 문제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악마 같은 성범죄자나 연쇄살인범이 잡힐 때마다 피해자가 받은 만큼의 고통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고는 항상 등장하는 것이 ‘엄벌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줄어들었는가. 대한변협은 2012 인권보고서를 통해 “성범죄에서 양형을 올리고 전자발찌, 정보공개, 화학적 거세까지 도입하고 있는데 성범죄 발생 빈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형벌이 가장 높다는 미국이야말로 성범죄가 가장 활개를 치는 나라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형사정책은 엄벌주의가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를 줄여나가는 사회정책이다.

새로운 ‘교도소’를 또 만들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기존의 교도행정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처벌보다 예방·교정·치료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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