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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패륜과 야만’에 누가 완장을 달아주는가

등록 2014-09-09 18:29

추석을 앞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공개적으로 김밥과 피자 등을 먹는 ‘폭식투쟁’을 벌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을 조롱하고 괴롭히기 위한 것이다. 가족을 잃은 아픔에 공감하기는커녕 상처를 후비고 고통과 슬픔을 비웃는 그 극단의 야만, 비인간적 행태에 아연할 뿐이다.

‘일베’는 그동안에도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내용의 게시글로 적잖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5·18 희생자의 주검을 홍어라는 표현으로 모욕하는 병적인 호남 폄하, 여대생을 강간하자는 따위의 글이 버젓이 올라오는 극단적인 여성 비하, 노숙자 등 약자를 혐오하고 가해하는 폭력적인 왕따 문화가 여과 없이 횡행했다. 사이버 세계이긴 하지만 온갖 패륜적 망상과 잔인한 범죄 충동을 거침없이 드러내왔으니, 우리 사회의 안전에 미칠 위험이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런 패륜과 야만에 터잡아, 일베는 정치적으로도 극단으로 치달았다. 정권에 비판적이라면 무차별로 종북으로 몰아붙이고, 이성적이고 진지한 의견에 대해 혐오와 조롱의 언사를 동원해 폭력적 공격을 가하기 일쑤였다. 5·18을 북한이 사주했다는 따위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거짓 선동물도 끊임없이 양산해 퍼뜨려왔다. 대체 어떤 연유로 이런 반사회적 패륜과 야만이 극우적 선동과 공존하며 함께 창궐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은 이런 일베 회원들이 사이버 세계를 넘어 집단적으로 오프라인 공간에 등장한 첫번째 사례다. 개인 공간에서 음습하게 비인간적인 망상을 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집단행동으로 현실화했으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질적인 변화다. 이들의 주장과 행태가 인종차별적 혐한 시위를 일삼는 일본의 우익단체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이나 유럽·러시아의 네오나치 따위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온 사회가 경각심을 가질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보수진영 스스로 이를 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베의 주장과 행태는 보수세력 일부가 기대하는 청년 극우의 대두가 아니라 이념 추락의 극단적 퇴행이다. 이들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옹호해 일선 선동대로 내세우려 한다면, 일베는 자신의 망상대로 해도 된다는 착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한 분란과 갈등, 위험은 끔찍하다. 이들에게 완장을 달아주려 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를 지키겠다는 보수라면 이들에게 명확한 경고를 가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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