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본격적인 전쟁을 선언했다. 1·2차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이어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네번째 중동전쟁이다. 앞선 전쟁들이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새 문제를 낳았듯이 이번 전쟁의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이슬람국가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미국 내 여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6월 말 이라크·시리아 북부에 들어선 이슬람국가가 미국인 기자 2명을 공개 처형하는 등 반미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인들의 분노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라는 퇴행적 근본주의 세력에 대해 지구촌의 많은 나라가 불안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전쟁 선언은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십만명이 숨진 시리아내전에 대해 거리를 두다가 이제 와서 시리아 지역을 공습하겠다는 것도 일관성이 없다. 미국이 이번 전쟁의 정당성을 갖추려면 적어도 유엔 차원의 확실한 결의가 있어야 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전쟁의 실효성과 부작용이다. 지금 중동 지역은 나라·종파·이념·이해관계 등으로 갈가리 찢겨 갈등이 일상화한 상태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적과 동지가 수시로 바뀐다. 이렇게 된 데는 미국이 큰 구실을 했으며,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에 대한 현지인의 신뢰는 크지 않다. 미국의 공언대로 이슬람국가를 제거하더라도 다른 근본주의 세력이 부상해 중동 정세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도 적잖다. 지리멸렬한 시리아 안 온건 반군세력에 대한 지원을 전쟁의 주요한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이번 전쟁은 2년 남짓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안에 끝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위해 국제연합전선을 추진중이며 현재 40개 나라 정도가 지지 뜻을 밝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전쟁의 앞날에 대해 확신하는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 인도적 지원 이상의 전쟁 참여를 우리나라에 요청한다면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앞선 세 전쟁과 이번 전쟁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나라에 무력 개입을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진정으로 중동 평화를 이루겠다면 전쟁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