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캐디는 박 전 의장을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했다. 성추행 여부는 앞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만으로도 그가 성추행을 저지른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사람이 갖고 있는 천박한 인권의식과 성의식, 그리고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치스러운 행동 앞에 놀라움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박 전 의장이 변명이랍시고 내놓은 황당한 주장이다. 그는 “손가락으로 가슴을 툭 찔렀을 뿐”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를 했다”느니 하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말 자체가 사실상 성추행 사실을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성의 가슴에 손을 댄 것을 시인하면서도 그것이 성추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 정신구조가 참으로 궁금하다. 그의 성추행은 실제로는 그 정도에 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 심각했으면 그 여성 캐디가 참지 못하고 중간에 캐디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했겠는가.
박 전 의장의 성추행은 이번이 처음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캐디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기피 고객’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고 한다. 골프장뿐 아니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도 그의 나쁜 손버릇을 두고는 말들이 무성하다. 결국 언젠가는 한번 터질 사건이 뒤늦게 터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회적으로 높은 직책, 그리고 ‘할아버지뻘’ 따위의 음흉한 변명의 보호막 뒤에서 연약한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 경찰은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전직 국회의장에 대한 봐주기 수사니 하는 따위의 말이 나와서는 결코 안 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법에 정한 한도 안에서 가장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에 앞서 박 의장은 구차한 변명 따위는 접고 피해자와 국민에게 엎드려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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