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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육과정 개정,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등록 2014-09-14 18:32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안을 놓고 12일 공청회가 열렸다. 전날 정부안 공개에 이은 첫 의견수렴 자리였다. 교육과정 개편의 취지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문과생이 과학을, 이과생이 사회를 공부하지 않는 현행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절대명제다. 그런데도 공청회장은 ‘쓴소리’로 뒤덮였다.

비판의 중심은 개정안에 일관된 교육철학이 없이 외부의 요구사항을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메꾸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초·중·고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하는 방안이다. 이는 산업계의 민원과 정권의 의지를 억지로 반영한 느낌이 짙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초·중학교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새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교과목이 늘어나야 할 판이다.

개정안이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를 통합해 가르친다고 해도 대학에서 구분해 선발한다면 현실적으로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과학의 필수이수단위가 사회교과군보다 적고 국영수 편중 교육과정이 여전하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정도 과학교육은 겉핥기에 불과해 진정한 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타 구실을 한다.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절대적이다. 그런 만큼 기존 교육과정의 결과나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 일선 교사 10명 중 8명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다음 정권에서는 백지화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자는 정서가 깔려 있을 수도 있다. 교육과정 개편이 2007년, 2009년, 2011년 연이어 추진된 게 그 방증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과정 개정의 졸속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 산하에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둬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할 권한과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교육부가 귀기울여야 할 제안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교육과정 개정 문제만큼 절실한 곳도 없다. 서두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추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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