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를 함께 열어가자’며 1994년 9월10일 깃발을 올린 참여연대가 창립 20돌을 맞았다. 참여연대 20년은 우리 사회 시민사회 성숙의 20년이었고, 한국 민주주의의 전진과 위기의 20년이었다. 참여연대는 시민사회라는 말이 익숙지 않았던 시절에 첫발을 내디뎌 사회변화의 동력으로 시민운동을 일으켜 세웠다. 또 민주주의의 동요와 후퇴 시기에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싸움에 시민사회의 힘을 모았다.
참여연대의 활동 이력은 성취의 연속이었다. 창립 첫해에 국민생활 최저선 확보운동을 펼쳐 복지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의무임을 분명히 선언했다. 이 운동은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귀결했다. 창립 이듬해에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50대 과제’를 선정해 의제의 사회적 확산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와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으로 나타났다. 1997년엔 한보그룹 부실대출을 계기로 삼아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했다. 이로써 기업경영 투명성이 사회적 감시를 받게 됐다.
2000년에는 ‘총선시민연대 낙천낙선운동’을 벌여 부패정치인 86명 중 59명을 낙선시키기도 했다. 또 삼성 비자금 사건(2007년), 용산참사(2009년), 천안함 침몰(2010년), 국정원 대선개입(2013년)의 진상규명 활동과 진행중인 ‘세월호 참사 진상과 책임 규명 활동’에도 앞장섰다. 이밖에도 참여연대가 시민사회의 역량을 모아 참여·감시운동을 벌인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고치고 바꿔야 할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참여연대의 성과가 이렇게 크지만, 우리 시민사회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시민운동이 안고 있는 몫에 비해 그 운동의 여건과 바탕은 턱없이 부실하다. 운동이 상층부 중심이다 보니 토대가 약하다는 것은 창립 이래 계속 지적돼온 문제다. 뿌리가 깊지 못해 정권의 성격에 따라 비판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열악한 재정 상황에서 활동가들이 봉사활동 하듯 운동을 꾸려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시민운동에 비우호적인 정치환경에서 활동가들이 기댈 것은 시민의 힘밖에 없다.
20년 사이 큰 나무로 자란 참여연대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면서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권력행사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참여연대가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서 더욱 큰 구실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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