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웃지 못할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공당의 대표가 탈당하겠다며 당무를 거부하는 상황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탈당을 결행할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정당의 대표라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130석 의석을 지닌 제1야당의 ‘얼굴’이 탈당을 입에 올린 사실 자체만으로도 경솔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야당을 일대 혼돈에 빠뜨린 ‘박영선 파동’은 박 위원장의 독단적 행보와 거듭된 과오에서 비롯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세월호 특별법 ‘덜컥 합의’에서 내부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고 핵심 이해 당사자인 유족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았다.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도 설득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 위원장이 치명적인 잘못을 되풀이하자 비대위원장직은 물론 원내대표직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기류였다.
박 위원장은 탈당을 거론하면서 ‘네 번째 덜컥수’를 두고 말았다. ‘박영선 파동’의 본질이 박 위원장 개인의 문제라는 건 이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됐다. 그런데도 박 위원장 쪽은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를 거부한 당의 폐쇄성 등을 탈당 검토의 이유로 든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핑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당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를 공론화 절차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데도 조용하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그렇다고 이번 ‘박영선 파동’이 새정치연합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계파 담합 구조나 체질, 풍토와 무관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박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쪽의 언어와 절차, 방식도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당 대표의 퇴진을 집단적으로 표출하기 이전에 물밑에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게 그렇게도 어려웠는지 의문이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비판하는 성명을 남발하고 물러나라는 연판장이 난무하는 모습은 환멸을 부를 뿐이다. 내부의 시각에서 보면 명분 있는 일이라도 외부 국민의 눈엔 자중지란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새정치연합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은 책임성이다. 박영선 위원장은 막중한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로서 책임 있게 처신해야 한다. 박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도 행동에 앞서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계파를 이끄는 중진들도 말로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선사후당’(先私後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돌아온 임종석 “박영선 누이가 그럴 리가…” [정치토크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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