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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란 리본’ 금지령, 대한민국 교육부 맞나

등록 2014-09-17 19:48

교육부가 16일 ‘노란 리본 달기’ 등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동을 금지하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추모 행동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노란 리본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 찾기를 희망하는 뜻에서 다는 것이다. 제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친구의 비극을 아파하는 학생들이 잊지 않겠다고 가슴에 새기는 서약이다. 한 달 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사를 집전하며 달았다. 그런 노란 리본을 ‘정치적 활동’으로 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교육부야말로 극도로 미성숙하고 편향된 시각을 심어주는 당사자란 걸 증명해 보일 뿐이다.

교육부가 공문을 내보낸 시각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을 순수와 비순수로 나누며 세월호법을 걷어찬 직후다. 대통령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행동에 나선 그 신속함이 놀랍다. 마치 군대나 검찰, 경찰 등의 공안 관련 부처가 움직이는 듯하다. 교육부가 평소 수학여행 안전점검 등 교육행정에서도 그렇게 기민하게 대처했더라면 300명 넘는 희생자가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교육부는 아이들의 죽음에 더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배가 기울어 짠 바닷물이 밀어닥치는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도록 가르친 게 교육부다.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적 능력을 죽여온 게 우리 교육이다. 그저 획일화된 교육내용을 가지고 경쟁교육만 부추겨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몬 장본인이다.

교육부의 이런 처사는 이번만이 아니다. 6월에는 세월호 참사의 정부 책임을 제기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한 교사 200여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세월호 비극에 참담함을 못 이겨 글 한 조각 올린 교사들을 검찰의 칼을 빌려 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교육의 가장 기본 중 하나가 부끄러움을 알도록 가르치는 일인데, 정작 교육부는 그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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