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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증세 거부의 문제점 드러낸 2015년 예산안

등록 2014-09-18 18:30

정부가 18일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5.7%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했다. 이런 증가율은 정부의 내년 명목경제성장률 전망치(6.1%)보다 조금 낮기는 하지만 예년에 견줘보면 꽤 높은 것이다. 정부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편성 배경을 밝혔다. 경제성장률이 2분기 들어 다소 주춤해지는 양상 등을 고려할 때 상당 부분 공감할 만한 얘기다. 세월호 교훈을 되새겨 안전예산을 17.9% 늘린 것 등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복지예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일 방안이 없는 점은 문제다.

물론, 복지예산이 뒷전에 밀리거나 한 것은 아니다. 내년에는 8.5% 늘어 처음으로 정부 지출 예산의 30%를 넘어서게 됐다. 의미 있는 지표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등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뚜렷한 노후대책 없이 은퇴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 등은 복지 확대를 서둘러야 함을 말해준다. 지금의 ‘낮은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양극화 현상은 심해질 것이고, 이는 사회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고교 무상교육이 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고교 무상교육은 의무교육을 명실상부하게 실현하는 데에서 긴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애초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해 2016년에는 전면화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예산이 잡히지 않아 임기 내 실현은 어려워졌다.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대 방안이 보류된 것 등도 그렇다.

박 대통령 재임 중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해졌다.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 대비 20%대로 낮추겠다는 약속도 물 건너갔다. 이런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사달이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직 재정여건이 다른 나라에 견줘 괜찮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더 국가채무의 위험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다. 세수 증대를 할 수 있는데도 이를 극력 회피하다 보니 빚어지는 일이다. 소득이나 자산에서 여유가 많은 사람이나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기업을 대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올리면 된다. 이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도 일부에서 걱정하듯이, 경제에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담뱃세나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통해 서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니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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