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된 상태여서 모두 현대차 쪽과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111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대부분 원고 쪽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해당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정규직 처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4년여 만에 나온 판결이지만, 수천명에 이르는 현대차그룹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지위와 권리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산업 전반에 만연한 불법 간접고용을 시정하고 노동시장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완성차 공장과 같은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서 파견 형태의 사내하청 근로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현대차에서는 10년 넘게 사내하청을 통한 불법파견을 유지해왔다. 사실 현대차의 불법파견 시비에 대한 사법적 잣대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른바 ‘최병승 부당해고 사건’을 놓고 대법원이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의 사내하청 고용은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나머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정규직 전환을 거부해왔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과의 집단소송에서도 졌지만 즉각 정규직 전환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신 8월 노사 합의에 따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내하청 직원을 상대로 ‘특별채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불법은 덮고 지나가자는 발상이다. 법원 판결로 인한 근속연수와 체불임금 등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가 장기화한 데에는 노동부의 책임도 크다. 엄정한 법적 잣대를 적용해 불법을 시정하도록 했으면 지루하고 소모적인 법정 공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부는 현대차의 사내하청과 관련해 이미 2004년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으면서도 노사간 자율협상의 원칙 따위를 내세우며 방치해왔다. 그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심화하고 노사관계의 불안을 만성화시켰다. 지금부터라도 현대차를 비롯한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해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사내하청 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과 차별 시정은 정부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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