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스코틀랜드의 ‘홀로서기’ 시도가 좌절됐다.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하는 안을 놓고 18일(현지시각) 이뤄진 주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인들은 독립 반대를 선택했다. 최종 집계 결과, 독립 반대가 55.4%, 찬성은 44.6%로 예상보다 찬반의 차이가 컸다. 영국은 물론 세계 주요국 정부가 투표 결과를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고, 주요 금융시장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스코틀랜드 주민투표가 세계 각국에 준 경고와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에 대해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 까닭은, 역시 경제적 위험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9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독립 찬성 의견이 더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 막판 영국 정부와 금융계, 심지어 스코틀랜드에 본부를 둔 기업들까지 분리독립 뒤의 후폭풍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반대 세력이 막판에 급속히 결집했다. 이런 결과는 독립을 찬성하는 여론이 언제든 다른 형태로 재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2년부터 본격화한 스코틀랜드인들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뒤의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세계화의 영향으로 특정 지역에서 불거진 경제위기가 빠르게 전염되면서 스코틀랜드와 같은 주변 지역의 피해의식은 커졌다. 유럽의 경우 스코틀랜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독립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스페인에서는 11월 카탈루냐 지역의 독립 투표가 예정되어 있으며, 영국 연방의 웨일스나 북아일랜드에서도 독립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이 경제의 거시적 균형에 신경을 쓰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외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스코틀랜드의 주민투표 전개 과정을 보면, 남북 관계의 개선 방향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 간의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더 커져야 정착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 당국은 통합의 구심점을 찾기보다는 서로 미국과 중국 등 거대 강국에 대한 의존도를 키우며 분열을 가속화하는 길을 가고 있다. 지역 공동체의 실현을 위해서는 각자의 이념이나 작은 경제 이익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공생공영의 길을 찾아야 한다. 스코틀랜드의 주민투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