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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의 ‘전교조 압박’, 명분 잃었다

등록 2014-09-19 18:38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쫓아내려던 정부의 압박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19일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항소심 판결선고 때까지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또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헌재 결정이 있어야만 재판을 속행할 수 있으므로 항소심 선고는 내년 이후로 훌쩍 미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전교조도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교육부가 밀어붙여온 후속 조처들도 모두 원래대로 되돌려진다. 전교조 전임자들은 노조로 복귀하고, 단체교섭 무효화나 사무실 임대지원 중단 등도 없던 일이 된다. 전교조 전임자의 직권면직을 시·도 교육청에 종용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행정대집행 면직까지 강행하며 ‘전교조 축출’에 앞장서온 교육부로서는 창피한 일이겠다. 마땅히 이렇게 될 일을 왜 그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결정 이유를 보면, 정부가 그동안 얼마나 억지스런 일을 벌여왔는지 드러난다. 재판부는 전교조가 기업별 노조라기보다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조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교원노조법도 기업(학교) 단위가 아니라 지역 및 전국 단위로 노조를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별 노조에선 해고자 등 재직중이지 않은 사람의 노조 가입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지만, 초기업별 노조에선 그 성격상 실업자나 구직자도 가입할 수 있다. 재판부는 대법원도 이런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교원노조법 제2조가 해직 교사 등의 노조 가입을 막은 것은 헌법상 단결권의 본질적 침해로, 과잉금지 원칙에 저촉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비슷한 입법례도 없거니와, 다른 초기업별 노조와 차별한 것이니 평등권 침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적인데도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법규정만 앞세워 전교조 압박에 열중했다. 그런 밀어붙이기가 언제까지 통할 리 없다. 법원은 이번 결정에 앞서 3일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항의하는 시국선언과 조퇴 투쟁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의 사전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정부의 전교조 때리기가 무리했다는 증거로 봐야 한다.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지켜봐 온 국민의 염증도 클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 첫걸음은 법외노조화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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