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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피케티 바람’에 담긴 뜻

등록 2014-09-21 18:24수정 2014-09-22 11:07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쓴 <21세기의 자본>이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 ‘피케티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그르지 않다. 지난 며칠간 진행된 피케티 초청 토론회와 강연회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전문연구자는 물론 기업인과 노동운동가, 학생, 직장인들이 질문을 던지고 자신들의 의견을 전했다. 그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각종 모임도 열리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 듯하다. 한국어판 책도 제법 많이 팔려나간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 현상이다.

그의 책에 담긴 메시지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다시 심해지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누진과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현실일 수 있음을 에둘러 전하기도 한다. 그다지 새로운 얘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의 책이 특별히 주목받는 것은 실증분석의 힘이 아닐까 싶다. 길게는 300여년에 걸친 과세자료를 토대로 부와 소득이 상위계층으로 집중되는 추세를 꼼꼼히 밝혀낸 것이다. 게다가 불평등이 세계적 이슈가 된 시점에 책이 나와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몸소 느끼던 바를 수치로 확인해주니 말이다. 책에 우리나라 상황이 언급돼 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내용이라고 본다.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짙어지는 현실을 대리체험하면서 이를 타개할 해법을 모색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피케티의 분석과 진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제법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 진영 일부에서 주장하듯 그가 성장을 백안시하거나 불평등을 무조건 억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불평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듯하다. 그가 인터뷰에서 “보수주의자들은 (불평등한 현실을) 부인만 할 게 아니라, 눈을 뜨고 직시해야 한다”고 한 것은 적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이 불평등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피케티가 사용한 방식 등을 활용해 소득과 자산의 분배 실태를 파악해보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지금 상태로도 분배정책의 강화를 더는 미룰 수 없지만 말이다.

토마 피케티 “한국 불평등 해소하려면 교육 기회 자체가 평등해야” [한겨레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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