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학생회가 22일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거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언론사가 ‘대학평가’라는 명목으로 대학 줄세우기에 나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4년 중앙일보가 첫발을 뗀 뒤 20년 동안 영향력을 키워 왔고, 2009년에 <조선일보>, 2010년에 <경향신문>, 2013년에 <동아일보>가 이 대열에 동참했다.
언론사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대학을 발굴하여 간판 위주의 기존 대학 서열구조를 타파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내세운다. 하지만 결과는 기존 서열구조를 강화했을 뿐이다. 대학들을 순위 매겨 구경거리로 전락시키고 흥미 소재로 삼았다.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등수를 매기다 보니 대학의 위계구조가 더 세부적으로 서열화된 느낌이다. 이른바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라는 줄세우기는 언론사 대학평가의 후유증일 가능성이 크다.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은 대학별 상황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적용된다. 학생들의 수업이나 강의 질 등은 대학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주로 정량적인 평가가 많다 보니, 학교가 크고,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이공계 중심이어서 연구비 수주를 많이 하고, 논문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대학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각 대학들은 양적 성장 중심으로 대학행정을 재편하고 있다. 대학 설립 이념에 맞게 청사진을 짜기보다는 당장 평가 점수를 끌어올리는 데 급급하고 있다. 그러니 발전은 왜곡되고 재정은 낭비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그 평가가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언론사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보도는 삼성 계열인 성균관대가 눈에 띄게 좋은 성적을 거둔다.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의 기업화를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문사의 대학평가 발표 시기를 전후해 각 대학의 광고가 집중되는 것도 언론사가 대학 간의 경쟁을 부추겨 광고 수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불러오는 평가는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낫다. 이를 위해 고려대 총학생회는 여러 가지 행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의 횡포에 맞서야 할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학교 재단과 교수들이다. 대학들이 서로 경쟁에만 내몰리지 말고 함께 뭉쳐서 언론사의 대학순위 평가를 폐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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