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석 달 만에 갑자기 사표를 낸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경질 배경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그가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최근 검찰에 송치된 것이 직접적인 이유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도 의문은 속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청와대의 구멍 난 인사검증 시스템이야말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다. 송 전 수석은 수석 내정 발표 사흘 전에도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가 서울교대 총장 시절, 이 대학이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외국 대학과 연계해 학위를 주는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임명 전은 물론이고 임명 후에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경찰이 그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하고 나서야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경찰 조사 사실을 철저히 숨긴 송 전 수석도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지만,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비서관의 입건 사실도 몇 달씩 모르고 지낸 검증 책임자들이야말로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송 전 수석의 경질 사유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청와대는 23일 저녁, 그가 사퇴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뒤늦게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그 내용은 “경찰이 송 전 수석을 조사한 당일 전산 입력을 하지 않았다”느니 “송 전 수석이 자기검증 질문서에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는 등 온통 변명과 자기합리화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해명서야말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얼마나 수박 겉핥기 식인지를 잘 보여준다. 검증 대상자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은 것부터가 검증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송 전 수석한테 서면검증서를 받은 지 불과 이틀 뒤에 내정자를 발표해버렸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애초부터 제대로 검증을 할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정수장학회에서 13년간 이사를 해올 정도로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임을 의식해 대략 검증하는 시늉만 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엉터리 인사로 나라를 시끄럽게 해 놓고도 청와대에서는 이번에도 역시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이며, 민정 라인 관계자들 모두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투다. 부실 검증과 책임 회피 행태가 변치 않는데 어떻게 앞으로도 똑같은 인사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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