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상가 임차인(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임차인이 자신의 가게를 넘겨받는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게끔 임대인(주인)이 협력하도록 의무화하되,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처로 120만여명의 임차상인이 권리금(평균 2748만원) 보장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임차상인의 권리가 커지는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상가 권리금을 두고 그동안 분쟁이 잦았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권리금은 임차상인의 이런저런 노력으로 이룬 일종의 영업가치라고 할 수 있다. 가게를 넘겨주는 상인이, 넘겨받는 상인한테서 프리미엄 형태로 회수하려고 하게 된다. 하지만 이게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대인이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점에 기대어 기존 상인을 쫓아낸 뒤 새로 들어오는 상인한테 권리금을 받아 챙기는 게 대표적이다. 임대인이 직접 영업을 하겠다며 임차인을 내몰거나, 임차인이 크게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장사를 그만두어도 권리금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권리금을 일군 임차인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행 법으로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 자연스레 권리금 법제화 운동이 일었고, 그 결과가 이번 정부 대책으로 실현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흡한 점이 꽤 있다. 이 방안이 시행돼도 모든 상가의 권리금이 보호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용산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임대인이 상가를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재개발을 할 때는 여전히 권리금을 보장받지 못한다. 6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친 2009년 용산참사는 재개발 상가의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했다. 당시 상인들은 한푼의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고작 몇달치 영업손실보상금만 손에 쥔 채 추운 겨울 길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그런 만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환산보증금이 4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임대료 인상 상한선(9%)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모든 상가를 대상으로 임대계약 보장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다.
상가권리금 법제화, 더 나아가야 [오피니언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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