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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산영화제 흔드는 <다이빙벨> 검열 논란

등록 2014-09-25 18:44수정 2014-09-25 21:13

새달 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외압 논란이 뜨겁다. 부산시가 영화제 상영작으로 초청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취소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친박 출신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이빙벨> 상영이 부적절하니 상영 중단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이 지시를 받아 부산시 간부가 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청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 직후 304명의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된 ‘다이빙벨’과 관련한 논란을 재구성해 세월호 사건의 여러 의문점을 짚어보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다큐멘터리다. 6일과 10일 두 차례 상영될 예정인데 25일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모두 매진됐다고 한다.

논란의 당사자인 서병수 시장은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이다. 조직위원장이면 영화제를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서 시장은 영화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외압을 막기는커녕 “부산국제영화제 발전을 위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어깃장을 놨다. 조직위원장이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초청작 상영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부산영화제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서 시장의 뜻과는 반대로 그 발언이야말로 부산영화제의 발전을 저해하고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일이다.

부산영화제는 올해 19회를 맞은 전통의 영화제다. 그동안 부산영화제 상영작들은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다. 부산영화제 쪽은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원칙을 밀고 나감으로써 신뢰를 얻었다. 그런 꾸준함과 의연함이 없었다면 부산영화제가 오늘날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서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에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예정대로 작품을 상영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원칙을 지켜간다는 점에서 현명한 처신이라 할 것이다. 영화제는 다양성이 생명이며 혹 논란이 있더라도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관객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정도다.

부산영화제 쪽은 한편으로 예산 삭감이나 다른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영화제 예산 123억원 중 60억원이 부산시에서 나오고 문화부 예산이 14억여원이다. 이 중 부산시로부터 아직 25억원을 받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나 정부기관이 <다이빙벨> 상영을 이유로 들어 영화제 쪽에 횡포를 부린다면 그것은 부산영화제의 전통에 먹칠을 하고 국제적 위상을 망가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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