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남북 대결 분위기가 유엔총회장까지 확장된 모양새다.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관련 현안을 풀어가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연설 가운데 북한 관련 내용은 ‘선핵폐기론’ ‘대북 압박 강화론’ ‘통일만능론’ 등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할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이명박 정권이 추진했으나 결국 북한의 핵 능력 강화로 귀결된 ‘비핵·개방·3000’ 정책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북한의 핵 포기 조건과 과정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점에서는 과거보다 후퇴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09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 구상을 설명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취해달라고 했다. 원칙적인 얘기로 볼 수도 있으나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꽉 막힌 상태에서는 대북 압박 강화 요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앞서 23일 미국 주도로 열린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 북한 외무상이 참여하겠다고 했으나 미국과 우리나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남북 인권대화를 하자고 북한에 제의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한 것은 앞뒤가 뒤바뀐 통일만능론이다. 현실적으로 핵 문제를 풀어야 통일이 가능한데다, 한국이 주도해 북한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방법론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이슬람국가(IS) 공격에 집중하는 미국은 북한 핵 문제 악화를 방치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의지도 약하다. 남북 관계 또한 최근 대북 전단 살포 문제, 인권 문제 공방, 아시안게임 응원단 갈등 등이 새로 불거진 상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반도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유엔총회를 분위기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실제로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부는 남북 관계와 핵 문제를 함께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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