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야당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이해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28일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여야 대표회담 제의를 곧바로 일축하면서, 30일까지 일체의 대화와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야당이 세월호 유족들의 양해를 얻은 중재안을 마련해 26일 여당 쪽을 만나려 했을 때도 여당은 접촉조차 한사코 피했다. 대체 왜 이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은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을 수용하거나 30일 본회의에 조건 없이 들어와 안건 처리에 협조해야 다시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무릎 꿇고 완전히 굴복하라는, 강자의 논리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세월호법을 앞세워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분개한다. 대체 누가 화를 낼 일인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새누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의회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근본 작동원리로 삼는다.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의회민주주의 파괴다. 그때부터 이미 ‘정치’가 아니라 군주제나 독재시대의 ‘통치’에 다름없게 된다. 여당은 법안 처리가 야당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을 대화 거부의 핑계로 삼고 있지만, 그런 태도는 국회를 법률안 처리장치 혹은 ‘통법부’쯤으로 여기는 독재시대의 발상이다. 더구나 참사가 벌어진 지 여섯 달이 다 되도록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의 처리 역시, 대참사에 충격을 받고 안전한 나라 건설을 희구하게 된 국민이 국회에 맡긴 신성한 책무다. 다른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뒤로 밀쳐둘 일이 결코 아니다.
국회 파행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보인 거부반응 때문이었다. 여당 쪽이 문제 삼은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 유족들이 양보의 뜻을 밝히자마자, 여당은 이번엔 대화의 문조차 닫아버렸다. 특별법 제정을 막으려는 게 본심이 아닌지 의심된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초 ‘세월호 특별법 추가협상 불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지침의 변경이 없는 탓에 지금 새누리당이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게 된다.
대화 거부로 국회를 마음대로 운영하겠다는 새누리당의 계산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야당을 장외로 몰아낸 채 ‘반쪽 국회’를 강행한다면 정국 파행은 돌이킬 수 없다. 야당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의회주의의 붕괴로 이어지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당장 야당과의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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