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장관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의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와 동맹휴업 중인 대학생들이 대거 시위에 합류한데다 중고등학생들도 휴업하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보도에 따라 시위자 수가 수천명에서 5만명까지 제각각이지만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가장 강력한 시위 양상이다. 경찰이 곤봉을 사용하고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면서 수십명의 시위자가 다치기도 했다. 시위대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막기 위해 우산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들어 ‘우산혁명’이라는 말도 나오고, 일부에서는 강경진압으로 제2의 천안문사태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홍콩은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이고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 경제권에 속해 있는 곳이다. 또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중국 정부의 주변정책도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는 만큼 사태의 향방에 면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홍콩 시위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도 개편이 직접 원인이다.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뒤 홍콩 행정장관은 친중국 성향이 강한 선거인단(1200명)의 간접선거로 뽑았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8월31일 2017년부터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되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주는 내용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확정안이 선거인단 8분의 1의 지지를 받으면 입후보할 수 있는 기존 간선제를 개악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가짜 민주주의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시민 불복종 운동이 번졌다.
해결의 열쇠를 쥔 시진핑 중국 주석은 ‘홍콩의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2047년까지 ‘일국양제’의 원칙에 따라 홍콩의 자치를 광범위하게 보장해주기로 했으나, 시 주석은 홍콩에 대해 중국 정부의 관할권과 감독권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국일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홍콩인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의 자치권 보장 요구를 강권으로 억누르려 한다면 중국 정부에 대한 홍콩의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만의 반발을 불러 양안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게 뻔하다. 홍콩은 일국양제 합의에 맞게 고도의 자치를 누리는 것이 마땅하다. 중국 정부는 껍데기뿐인 직선제 대신 홍콩 시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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