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족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3자 회동을 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으나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협상이 완전 파국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여야 원내 지도부와 유족 대책위는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각자 의견을 수렴한 뒤 30일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쪽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협상안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러 정황상 유족 쪽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포기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수사권·기소권 절대불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이 워낙 완강한 만큼 이 안을 고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유족 쪽이 양보를 했다면 이제는 여당이 화답할 차례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야와 유족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부터가 정치권이 얼마나 문제해결을 방치해왔는지 잘 보여준다. 애초부터 이런 형식의 논의구조를 가동했다면 훨씬 쉽게 문제가 풀릴 수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결코 유족들만의 희망사항도 아니고 야당이 전적으로 책임질 몫도 아니다. 그런데도 야당은 유족들을 제대로 ‘대변’하지도 못하면서 협상에 나서고, 여당은 유족들을 본 척 만 척 피해 다니기만 했다. 이런 왜곡된 논의 구조가 더욱 문제를 꼬이게 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사실 정치권이든 유족이든 이제는 세월호 특별법에 뭔가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특별법 문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과 에너지 소모는 우리 사회가 더는 감당하기 힘든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어렵게 마련된 3자 회동 기회마저 무산시키고 넘어간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구제불능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야와 유가족 모두 역지사지의 자세로 막판 협상에 나서서 국민의 기대를 헛되이 하지 말기 바란다.
특히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아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정하는 일은 정치권, 그중에서도 여당의 가장 막중한 책무다. 그런데도 여당은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정치적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식으로 이번 사건에 대처해왔다. 더이상 그런 무책임하고 졸렬한 태도를 보이지 말기 바란다. 9월의 마지막날이 가기 전에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깨끗이 매듭지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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