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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계 최고 통신망 뒤편의 부끄러운 간접고용 실태

등록 2014-09-29 20:49

고용노동부가 통신 대기업의 협력업체에서 간접고용 방식으로 일하는 기사 수백명에 대해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했다. 고용부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엘지유플러스의 협력업체 27곳을 상대로 근로감독을 한 결과, 23곳에서 최저임금과 휴일수당 같은 법정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음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19곳에서 인터넷 개통 및 설치 업무를 하는 기사들은 개인사업자 대우를 받고 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 고용계약에 따른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부의 이런 판단은 통신업계에 만연한 간접고용을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사 서비스의 가입 및 인터넷 설치 업무를 협력업체에 하청 주고, 하청업체는 다시 개별 노동자와 사업계약을 맺어 일을 시키는 ‘이중 간접고용’은 통신업계뿐 아니라 전국의 케이블업계에도 널리 퍼져 있다. 업체들끼리 서로 가입자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망 설치 및 수리 업무 등을 너도나도 외주화로 돌린 탓이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두 가지 조처를 약속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장에는 노동관계법 위반을 신속하게 시정하도록 지도하며, 감독을 받지 않은 비슷한 사업장도 고용 및 인력운용 체계 전반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해법은 하도급업체의 노사가 합리적으로 교섭해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 자율협상을 강조한 셈인데, 통신업계의 간접고용 폐해를 확인한 상태에서 너무 미온적인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들어 통신·케이블업계의 하도급 사업장에서는 간접고용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다단계 하도급 계약에 따라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고통이 매우 크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도 행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2007년부터 국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 간접고용의 남용을 규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집단교섭력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노력하라고 권유했다. 정부가 국제 노동기준을 존중한다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사업자의 간접고용 남용을 규제하는 동시에, 최소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개선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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