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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월호 유가족 영장 청구, 의도가 의심된다

등록 2014-09-30 20:49수정 2014-10-01 10:25

검찰이 30일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3명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이 신청한 그대로다. 지나친 처사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아니라도 이 정도 사건에 이렇게나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구속수사의 사유로 들었다. 검찰은 집단적 폭행으로 전치 2~4주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자들과 합의도 되지 않아 사안이 중대하다고 주장했지만, 통상의 경우에 비춰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전치 2~4주의 폭행사건은 전과가 있거나 상습적이지 않다면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악질적인 동기나 정황이 없다면 더욱 이례적이다. 여럿이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게 보통의 폭행사건이니 딱히 다를 것도 없다. 여럿이 관여된 사건이니 검찰 말대로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사안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반적 경우를 생각하면 영장을 신청하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다.

더구나 관련 유가족들은 싸움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려줄 것과 쌍방폭행임을 주장할 뿐 폭행 사실은 대부분 인정했다. 경찰 조사에도 모두 응해왔기에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경찰은 폭행 장면이 찍힌 폐회로텔레비전 녹화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 ‘결정적 증거’까지 확보해두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피의자들이 범행 혐의를 다 인정하지 않고 녹화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로 확인된 범행까지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군색하기 짝이 없다.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피의자는 수사단계에서 반론을 펼 수 있고, 법정에서 다툴 수도 있다. 이를 혐의 부인이라고 한다면 수사기관의 뜻대로 자백하라는 것에 다름없다. 변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적법절차의 원칙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

범죄행위가 있다면 당사자가 누구든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응당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법 적용에 예외가 있을 수도 없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해서 다른 의도로,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가뜩이나 세월호 유가족들을 분열시키고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듯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다. 이번 일도 잘못을 침소봉대해 유족들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기획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건 자체 말고 다른 이유에서 청구된 영장이라면 기각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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