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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적십자회비도 안 낸 사람이 ‘한적 총재’라니

등록 2014-10-01 18:31

새누리당 대선 선거대책위원장 출신으로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 후보자에 지명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최근 5년간 적십자회비를 전혀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적십자사가 그를 총재 후보자로 추천하는 데 걸린 시간이 모두 합쳐 11분밖에 되지 않은 것도 적십자사 내부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무자격자에 대한 ‘보은 인사’의 황당함과 절차의 졸속성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적십자회비 납부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적십자사 활동에 대한 관심, 기부와 봉사정신의 지표인 것은 분명하다. 김 후보자의 회비 납부 실적이 전혀 없다는 것은 그동안 적십자사 활동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음을 잘 보여준다. 굳이 보은 인사를 하려면 다른 자리는 몰라도 적십자사 총재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적십자회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총재가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적십자회비를 내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는가.

적십자회비 납부 문제보다도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순식간에 ‘해치운’ 총재 후보자 선출 과정이다. 전형위원회 구성에서부터 후보 추천, 최종 결정에 걸린 시간이 불과 11분이었다니 해도 너무했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나 적격 여부 토론 등이 모두 생략된 상황에서 적십자회비를 냈는지 따위는 전혀 관심사항도 아니었을 것이다.

적십자사 총재 후보자의 이런 졸속 결정 과정은 청와대에서 밀어붙이는 낙하산 인사의 일사천리 안착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적십자사뿐 아니라 거의 모든 기관의 실태가 대동소이할 것이다. 전형위원회니 추천위원회니 하는 것들이 있어도 눈가림용 요식 절차일 뿐 모두 청와대의 뜻을 받들어 모시는 거수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퇴한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경우도 자기검증 질문서 답변을 받은 지 이틀 만에 내정해버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그런 식으로 뽑는 마당에 다른 기관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엉터리 인사가 계속될수록 국민의 냉소와 허탈감은 깊어져만 간다. 김 후보자의 적십자회비 납부 실적이 없다는 소식에 벌써 “적십자회비 납부 거부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는 비아냥도 터져나오고 있다. 김성주 후보자에게 권고한다.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다면 이쯤에서 스스로 총재 후보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적십자회비도 내지 않은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탄생이야말로 난센스 중의 난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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