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인터넷 사찰’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이 인터넷 공간 상시 감시를 위한 전담팀 신설을 발표한 9월19일 이후 ‘텔레그램’ 등 해외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로 활동공간을 옮기는 ‘사이버 망명’이 줄을 잇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순위에서 하위권이던 텔레그램은 검찰 발표 직후 순위가 뛰기 시작하더니 24일부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분야 부동의 1위이던 카카오톡을 제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텔레그램의 국내 이용자 수는 검찰 발표 뒤 일주일 사이에 하루 2만명에서 25만명으로 늘었다. 지금도 쉴 새 없이 늘어나고 있으니, 이미 일시적 현상은 넘어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자명하다. 검찰과 경찰의 인터넷 사찰이 본격화하면서 불특정 다수, 즉 ‘바로 우리’가 감시를 받게 된다는 우려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누구나 검색하면 볼 수 있는 것들”이 상시 감시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포털사이트는 물론 커뮤니티 사이트, 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상대적으로 열린 에스엔에스 공간도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메신저 등 사적 에스엔에스 공간도 고소·고발이 있으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대표 메신저서비스인 카카오톡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미 빈번하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대화 상대방 3000여명의 신상 등이 압수수색됐고, 세월호 관련 침묵시위를 한 용혜인씨도 대화 내용과 대화 상대의 정보 등을 모두 압수수색당했다. 다음카카오 쪽은 수사기밀이라며 압수수색에 협조한 건수, 개인정보 제공 건수 등도 밝히지 않았다. 그런 터에 이 회사 간부가 인터넷 사찰 방안을 논의한 18일 유관기관 대책회의에까지 참석했으니 이용자들이 경악하고 불신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보안성이 높고 압수수색에서 자유로운 해외 사이트로의 탈출이다.
검경의 인터넷 사찰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발언으로 본격화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때부터 정보기술 등 첨단과학기술을 국가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창조경제’를 국정운영 전략으로 내세웠던 터다. 그 주역이어야 할 정보통신기술 산업이 대통령 심기만 좇는 공안당국의 무분별한 사이버 사찰로 피해를 입게 됐다. 정부가 앞장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산업을 침몰시킨다는 아우성까지 나올 판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이고 무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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