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 이상인 사람들은 누구나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다. ‘노인 티’를 내기 싫다며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대부분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회사들은 노인 무료승차가 큰 적자 요인이라며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 때때로 노인들에게 요금을 물려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디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표된 유정훈 아주대 교수의 논문을 보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유 교수는 노인들에게 요금을 물릴 경우, 지하철 회사의 한해 수입이 133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료화하면 노인들 가운데 43.5%만 지하철을 이용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추산한 것이다. 이에 반해 무임승차가 주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2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의 이동권 확대로 얻게 되는 자살과 우울증 예방, 의료비 절감, 기초생활비 수급액 감소 따위 효과를 돈으로 환산한 결과다.
유 교수의 이런 분석에 대해서는 이견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 교수가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단지 비용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편익 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제는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교통 복지라는 관점을 중심에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인 자살률이 지난해 10만명당 64.2명으로 2003년(72.3명)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흡하긴 하나 2007년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고 국민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급 대상이 늘어난 것 등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 수준은 아직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식 교육 등에 매달리느라 노후 대책을 세우지 못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도 이들을 지원할 사회보장 체계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그런 만큼 정부가 노인 복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서둘러야 한다. 며칠 전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은 한국의 노인복지 수준이 중국, 타이, 베트남, 필리핀보다 낮고, 노후 소득보장은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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