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의 인사 난맥상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국가안보의 양대 기둥인 군과 국정원 인사를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인사의 투명성은 고사하고 정부 핵심 인사들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한 설명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렇게 인사가 불투명하니 권력 내부 암투설 등이 무성하게 나도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는 10일 이헌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거취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의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사실상 사표를 반려했음을 밝혔다. 애초 국정원이 밝힌 사표 제출 사유인 ‘정년을 넘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제 무색해졌다. 하지만 아무도 여기에 대해 해명하는 사람은 없다. 이 실장 유임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과연 국가가 하는 인사가 이렇게 널뛰기를 해도 되는 것인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이재수 국군기무사령관의 전격적인 사퇴도 마찬가지다. 국방부 쪽은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폭행 사망 사건 등 일련의 불미스런 사건에 대해 적절히 지휘 조언을 하지 못한 것에 이 사령관이 책임을 느껴왔다”고 설명했으나 쓴웃음이 나오는 설명이다. 정작 해당 사단장들이 감봉 1개월, 근신 10일의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것을 생각해보면 ‘지휘 조언’ 운운하는 이야기는 국민을 바보로 알거나, 아니면 ‘알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주목되는 것은 군과 국정원 인사 파동 양쪽에서 모두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개입설이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근 비선조직이 국정운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돌았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그런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재수 사령관의 경우 그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와 ‘절친’인 점에서 그쪽 인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파다하다. 이헌수 기조실장의 경우도 국정원 내부에서 그 자리를 노리는 인사가 청와대 쪽과 교감하면서 정년 조항을 찾아내 밀어내기를 시도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친박계 원조 격인 유승민 의원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와대 얼라(어린이)들이 외교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표현 자체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이들의 국정 농단에 대한 여권 일각의 우려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사태를 유승민 의원 식 질문으로 표현하자면 “청와대 얼라들이 인사 합니까?”라는 의문부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 서민들이야 구중궁궐 안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권력암투의 실상을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잡음이 새어나오는 것 자체가 나라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박 대통령의 ‘권력 관리’ 능력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 실패를 야당의 발목 잡기 등 남 탓으로 돌릴 게 아니라 우선 집안 단속이나 잘할 생각부터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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