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지금 핫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북 전단 살포와 북한 함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둘러싸고 잇따라 총격전이 벌어졌음에도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남북 사이 긴장을 낮추고 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점에서 적절했다. 하지만 전단 살포 중단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5·24 조치를 거론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힘이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안을 두고 중구난방이던 여권의 분위기를 정리하는 의미도 있다. 이번 언급이 이른 시일 안에 행동으로 이어져 남북 교류협력이 활성화하길 기대한다. 박 대통령이 말한 ‘진정성 있는 대화’가 엄격한 조건을 북쪽에 요구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해 북쪽의 굴복을 꾀하기보다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역시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갈등의 불씨를 남겨놓은 듯해 유감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해당 단체에 대한 설득은 하겠지만 강제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무책임한 태도다. 전단 살포는 서로 비방하지 않기로 한 남북 합의에 어긋나는데다 이미 남쪽 주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북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 문제로만 얘기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거꾸로 북쪽이 남쪽에 전단을 살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예정된 고위급 접촉을 비롯해 남북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북쪽의 신중한 태도 역시 필수적이다. 북쪽은 우선 남쪽 정부를 자극하거나 여론을 떠보려는 듯한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무력 사용은 금물이다. 일단 여론이 나빠지면 대화 분위기를 끌고 나가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의 요구만 앞세울 게 아니라 남북에 함께 이익이 되고 국제사회도 납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남북 관계는 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했지만 정권 출범 이후 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본 적이 없다.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북쪽도 호응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 바로 5·24 조치 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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