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5일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낮추면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내렸다. 이로써 한은은 실물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겠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한은은 8월에 이어 두달 만에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 떨어뜨렸다. 그동안 보여준 한은의 모습과는 달리 과감한 대응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8월 이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통화정책은 충분히 완화적이다”라거나 “통화정책으로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정부와 여당의 금리 인하 압력에 맞서왔다.
그런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뒤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적극 나섰다. 최근 최 부총리 입에서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이 나온 뒤 시장에선 일찌감치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점친 까닭도 이런 맥락에서다. 요컨대 한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신뢰가 많이 허물어진 것이다.
물론 한은의 금리 인하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 이주열 총재가 밝힌 대로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며,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훨씬 약해졌고,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나빠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큰 흐름으로 보면, 경기는 회복 국면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두달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이나 내려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에 큰 변화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준금리 2.0%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직후 한은이 2009년 2월부터 17개월 동안 유지한 수준과 같다. 경제성장률로 보면 2007년 5.5%에서 2008년 2.8%, 2009년 0.7%로 당시 경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와 달리 지금은 3년째 경제성장률이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업의 투자나 가계의 소비가 부진한 것은 금리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다. 따라서 과감한 금리 인하로 투자와 민간소비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맞물려 가계부채 문제의 악화와 금융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대내외 금리 차이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제라도 미시적인 신용정책과 금융규제 등으로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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