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무시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은 공분을 자아냈다.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가 목숨을 건 호소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는 전국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해고 위기로 불안감을 떨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경비노동자한테도 최저임금의 100%를 보장해줘야 하는 법이 내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경비노동자의 임금 개선을 위한 법이 되레 경비노동자를 잡는 꼴이다. 사람이 아니라 돈의 논리가 판치는 가운데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아파트 경비원과 같은 감시단속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의 100%를 적용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애초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2012년부터 적용하려다 3년 미룬 정책 과제이다. 최저임금 100%를 적용하면 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은 지금보다 최소 7.1%(내년 최저임금 상승률) 오른다. 문제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에 따른 관리비 인상을 피하려고 경비 인원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경비노동자의 대량 해고 사태가 우려되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계층이든 대량 해고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부담을 안긴다. 아파트 입주민들도 당장 관리비 부담 증가를 피하려다 도난 위험 증가와 관리 부실 등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는 것이다.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는 비정상적인 고용형태에 기인한다.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파견회사나 용역회사 등을 통한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임금을 받는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들이 지급하는 인건비는 월평균 130만~150만원인데 경비원이 받는 임금은 110만원 안팎이다. 고용형태의 다단계 구조를 개선하면 아파트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 증가 없이도 최저임금 인상이 가능하다.
정부도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비노동자들의 평균 나이는 66살로 대부분 준고령자다. 그렇다면 노인복지 차원에서라도 경비노동자의 해고 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고령자 고용지원금이나 정년퇴직자 재취업 지원금 등 활용할 수 있는 사회보험 재원은 얼마든지 있다. 경비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법과 정부의 정책으로 철저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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