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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학생 매수·사찰’ 논란까지 간 상지대 사태

등록 2014-10-22 18:32

사학 비리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던 김문기씨가 21년 만에 총장으로 복귀한 상지대에서 총장 측근이 학생을 매수해 김씨 복귀에 반대하는 이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리 전과자가 대학 총장으로 돌아온 것만 해도 공분을 샀는데,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학내 구성원들을 공격하기 위해 사찰을 벌이고, 그것도 같은 학교 학생에게 돈을 쥐여주며 시켰다는 것이다.

또 총장 측근이란 사람은 이 학생으로부터 특정 교수와 학생들 간의 대화 녹음 등을 넘겨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학생이 먼저 돈을 요구했다’며 책임 떠넘기기를 시도했다. 교육적 처신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 학생은 기자회견에서 ‘학교 쪽이 먼저 제안해온 게 맞지만 금품 가운데 일부는 내가 먼저 요청한 적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학에서 이런 의혹과 논란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최악에 이른 상지대 사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교육은 안중에 두지 않고 상지대 재장악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김씨 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데도 김씨는 총장으로 어엿하게 복귀해 두 달이 넘도록 무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를 뒤에서 비호하는 강력한 반교육 세력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그간의 교육부 행보를 다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와 그 산하기관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2010년 김씨 차남 등 4명을 정이사로 복귀시켰다. 이들이 기존 이사들과 갈등하며 이사회가 파행을 겪었지만 교육부는 수수방관했다. 결국 3월 김씨 차남이 이사장에, 7월 김씨가 이사에, 8월 다시 김씨가 총장에 착착 선임되기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8월25일 뒤늦게 김씨의 이사 승인을 거부했지만, 총장 선임에 대해선 ‘부적절하다’고 사퇴 촉구만 했을 뿐 감사 등 적극적인 조처를 아직 취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1993년 ‘문민정부 사정 대상 1호’로 구속됐던 인물이다. 학생 매수·사찰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그의 복귀가 이대로 굳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권력과 비리가 쉽게 결탁했던 군사정권 시절의 풍경으로 돌아가는 셈이 된다. 더구나 그것이 대학 교육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일이라면,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지성과 창조를 입에 담기도 부끄러워진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상지대 사태의 전말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정부도 사태를 종결지을 특별 조처를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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