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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백범 김구’까지 내리깎는 이인호씨의 역사관

등록 2014-10-23 18:36

조부의 친일행적 변호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의 역사왜곡 발언이 그칠 줄을 모른다. 22일 국정감사에서 이 이사장은 백범 김구를 폄하하는 망언 수준의 발언을 했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이사장 자리에 있다니 참담한 일이다.

이 이사장은 이날 백범 김구에 대해 ‘1948년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공로자로서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국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거니와 역사적 사실과도 어긋난다. 백범이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이승만이 획책한 단정 수립 강행에 반대한 것임은 역사책을 들춰볼 필요도 없다. 백범이 ‘나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1947년 연설 ‘나의 소원’)이라고 피를 토하듯 역설했음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백범은 ‘나는 일찍이 우리 독립 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놔두고 백범이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했다고 주장하니 도저히 정상적인 역사인식을 지닌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이사장은 “1919년 대한민국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통용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건 우리 헌법을 정면으로 치받는 반헌법적 인식이다. 우리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정을 강행한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띄워 올리려다 보니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헌법 정신까지 부정한다. ‘뉴라이트’라는 이상한 역사관을 지닌 집단들이 한통속으로 저지르는 역사왜곡에 이 이사장도 깊숙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 역사를 우습게 보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짓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몰역사적인 발언을 옹호하는 집권세력의 태도다. 이날 국감에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 이사장의 발언을 “절대다수가 공감하고 지지하는 역사관”이라고 편들었다. 조 의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사장처럼 뒤틀린 역사관을 쏟아내는 사람을 중용하고 비호하는 이 정권이 누구를 위한 정권인지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인으로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도 욕먹을 판에 이런 발언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고 국민의 눈과 귀 노릇을 하는 공영방송의 수장을 계속 맡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국가의 품위를 훼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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