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는 단순한 ‘풍선 놀이’가 아니다. 한반도라는 화약고에 불똥이 튈 수 있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다. 그런데도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또다시 25일 파주 임진각에서 4만~5만장의 전단을 북한으로 날리려는 계획을 강행할 태세다.
10일 남북 간에 벌어진 총격전 사태는 대북 전단 살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히 보여줬다. 북은 남쪽에서 또다시 대북 전단 풍선을 띄우면 이번에는 ‘기구 소멸’이 아니라 ‘원점 소멸’을 하겠다는 경고까지 한 상태다. 지난번 총격전 때와 달리 앞으로는 인명피해 등 큰 불상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보수단체들이 대북 전단 날리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파주·연천 지역 주민들의 처지는 더욱 절박하다. 또다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농사일과 장사 등 생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총격전 이후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을 용인하는 게 결코 미덕은 아니다.
경찰은 전단 살포자들과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적용해 전단 살포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부터 온당치 못하다. 대북 전단 살포는 다른 법률을 적용해서도 얼마든지 사전에 막을 수 있다. 파주 임진각 주변은 항공법상 비행금지구역으로, 대형풍선을 띄우려면 국방부 장관이나 한미연합사령관의 허가를 받는 게 옳다. 정부는 최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한 시민단체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리려는 것을 비행금지구역이라는 이유로 저지한 바 있다. 정부의 주장처럼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 저지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일차적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장이다. 단 1%의 전쟁 위험이라도 있으면 미리미리 막는 게 정부의 책무다. 위험천만한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정부가 더는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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