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합의가 지닌 문제점은 이미 지적된 대로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가운데 한·미가 전환조건의 하나로 제시한 ‘역내 안보환경’은 또다른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두 나라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코뮈니케에서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 전작권을 한국에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역내 안보환경’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역내 안보환경’이라는 문구는 이것이 사실상 중국과 주변국 사이 갈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 중국은 현재 일본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스프래틀리(난사) 군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주변국의 분쟁은 한반도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거론할 이유가 없다. 이 사안에 이해관계가 걸린 쪽은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다. 그렇기에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역내 안보환경을 명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방부는 왜 전작권 문제에 역내 안보환경이 거론되는지와 관련해 “남중국해, 동중국해 연결 교통로가 무력분쟁에 휩싸이면 심각한 위협을 준다”고 설명했으나,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역내 안보환경을 언급한 것이 중국 쪽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점이다. 이번 안보협의회의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한국과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역내 안보환경’이라는 문구가 등장한 게 사드 배치 등 한국 미사일방어시스템의 미국 편입 근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미-중 갈등에 한국이 연루돼 들어간다면, 현실적으로 중국을 가장 큰 경제 파트너로 삼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국익 훼손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요청하고 미국이 수락한 형식을 띠었지만, 내용 면에서 보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이행에 필요한 것을 한-중 관계 악화 가능성을 무릅쓰고 우리가 챙겨주고 만 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군사주권 포기의 결과가 또 다른 국익 훼손으로 이어지는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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