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하기로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남북 관계가 더 경색될 수 있는 상황이다. 남북 당국은 이제라도 한 걸음씩 물러나 고위급 접촉을 하기 바란다.
북쪽 국방위가 29일 ‘(남쪽이 30일로 제안한)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겠는지, 전단 살포에 계속 매달리겠는지는 남쪽 선택에 달려 있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온 것은 무책임하다. 대북 전단 살포 문제 역시 고위급 접촉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북쪽으로선 접촉이 이뤄지더라도 이 사안에서 의견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남북 관계라는 큰 틀에서 보면 전단 살포 문제는 작은 사안이다. 남북 사이에는 이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많다. 북쪽이 남북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서도 전단 문제를 고위급 접촉의 조건으로 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순이다.
더 큰 책임은 우리 정부에 있다. 정부는 29일에도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미 ‘표현의 자유’ 논란을 넘어서 안보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사실상 방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 태도의 문제점은, 예를 들어 다른 민간단체가 대북 지원 물품을 북쪽으로 날려 보내도 지금처럼 방관할 것인지를 생각해봐도 잘 알 수 있다. 대북 전단이 북쪽 체제를 비판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 원칙에 따라 보호해야 한다면, 북쪽은 남쪽 당국이 자신의 체제 붕괴를 꾀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남북 사이 기본적인 신뢰를 가늠하는 사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가 최근 북쪽의 군사 위협을 부각시키는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는 게 아닌지도 우려된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또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와 관련해 ‘(북한의) 오판에 의한 전쟁이 나겠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전작권 환수 재연기 결정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인하기 어려운 위협을 구태여 강조하는 것은 남북 관계를 풀려는 자세가 아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이 무산된다면 다시 전기를 마련하기는 더 어렵다. 해법은 간단하다.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전단 문제 등에 대처하면 된다. 북한 또한 소아병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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