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안감만 키운 ‘경제 살리기’ 시정연설

등록 2014-10-29 18:32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경제’였다. 연설의 대부분을 내년 예산안 설명과 경제 관련 법안들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데 할애했다.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정연설을 꼼꼼히 살펴보면 우리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와 방향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려면, 먼저 지금까지 펼친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국가 혁신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등 자화자찬뿐이다. 이러다 보니 서로 충돌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경제는 여전히 위기”라고 진단을 내렸다. 경제 주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국정 최고책임자가 객관적이고 엄밀한 근거도 없이 ‘위기다’라는 식의 진단을 내리는 것은 곤란하다. ‘경제가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가 금방 ‘위기에 놓여 있다’며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중요한 경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청년 취업난과 전월세 급등에 따른 서민 주거 불안, 부와 소득의 격차 심화 등을 해결할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 수단은 내놓지 못했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이로 인한 재정수지 악화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장밋빛 전망만 되풀이했다. 정부의 집값 띄우기 정책과 저금리의 장기화로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선 전혀 다루지 않았다.

정부와 가계 빚의 누적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의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조차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경고할 만큼 중대 경제 현안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처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시정연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무작정 ‘경제 살리기’라는 구호만 앞세워 부동산 관련 법안 등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만 보였다. 그러니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와 지속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알맹이 없는 동어반복으로 가득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니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