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3 대 1까지 허용하는 현행 선거법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고 입법 기준까지 제시했다. 투표가치의 평등권이란 측면에서 당연하고 바람직한 결정이다. 이젠 국회가 나서, 헌재가 선거법 개정 시한으로 제시한 내년 12월31일까지 공정하고 시대 변화에 걸맞은 국회의원 선거의 틀을 만들 차례다.
미국 하원이 최대·최소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1.22 대 1로 잡고 10년마다 인구센서스에 따라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3 대 1 인구 편차는 아무리 지역 대표성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크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에 따라 국회가 몇 차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바꾸긴 했으나, 기존 정당의 이해관계와 짬짜미 때문에 근본적인 선거제도의 변화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사실 과도한 인구 편차의 소선거구제가 유지돼온 배경 중 하나는 여야의 주요 정당이 각각 영남과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탓이 적지 않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영호남 의석은 그대로 둔 채, 인구가 늘어난 수도권 의석만 2석 늘리고 그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2석 줄이는 기형적인 선거법 개정을 한 적이 있다.
이제 헌재 결정이 나온 이상, 정치권은 당리당략보다 헌재 결정의 취지와 시대 변화를 반영해서 선거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견수렴과 토론을 하지 않으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마침 여야 모두 선거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고 다음 총선까지 18개월가량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 선거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적기다.
이번 기회에 한 선거구에서 한 사람을 뽑는 소선거구제 중심의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하리라 본다. 소선거구제는 나름의 장점도 많지만 지역갈등을 강화하고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을 어렵게 하는 등 단점도 적지 않다. 표의 등가성과 함께 지역 대표성, 다양한 계층·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소수정당의 진출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개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중대선거구 도입이나 비례대표제 강화 등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이번 헌재 결정이 또다른 변칙 선거구 개편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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