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각한 전세난을 덜기 위해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30일 내놓았다. 주택을 사들여 전세로 제공하는 물량을 늘리고, 민간자본을 활용한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보증부 월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 등도 들어 있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쓴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방안이 제법 담겨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전세난이 크게 해소되고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적절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며칠 전 <한겨레> 기사를 보면,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이름을 올리고 두 달째 기다려도 연락을 받지 못하는가 하면, 값이 너무 올라 계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세 구입자들이 얼마나 속을 태울지 익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집 없는 설움이 이들에게는 너무 클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전세난은 구조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이제는 집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는 자연스레 전세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저금리 추세가 이어져 전세 공급의 이점이 감소한 점 등도 한몫을 했다. 그 여파로 상당수 전세 물량이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9·1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는 데 힘을 쏟았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앞당기고 소형 의무건설 비율을 낮춰 전셋값 상승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서민들의 주거 안정과 복지를 중시하는 쪽으로 주택정책을 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게 출발점이 될 수 있다. ‘10·30 대책’에도 그런 내용이 일부 있지만 힘이 많이 달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복주택을 포함해 55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행복주택 건설이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차질을 빚으며 제대로 이행될지 알 수 없게 됐다. 목표를 어떻게 채울지 정부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임대 계약 기간을 늘리고, 전월세 전환율(현행 10%)을 현실에 맞게 낮추며, 저소득층의 금융지원을 늘리는 것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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