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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사고 혼란 조장하는 교육부의 몽니

등록 2014-10-31 20:29

‘특권학교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된 뒤 6개월 가까이 논란을 거듭해온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문제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31일 6개 자사고의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서울 시내 전체 25개 자사고 가운데 올해 재평가 대상인 14곳을 상대로 종합평가를 진행한 결과다. 교육청은 이번에 지정 취소가 유예된 2개 학교를 비롯한 모든 자사고가 2016학년도부터 면접 없이 추첨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자사고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애초 설립 취지가 빈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드러났다. 특성화 교육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도록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부여했지만, 대부분의 자사고는 이를 국·영·수 중심의 입시교육 비중을 높이는 데 이용했다. 이래서는 자사고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수월성 교육도 달성할 수 없다. 국·영·수 성적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창의적 인재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입시를 목적으로 한 ‘우열반 나누기’의 확대판이었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 주변 일반고의 퇴락 현상과 일부 자사고의 미달 사태까지 생각한다면, 정부가 자사고 정책의 근본적 오류를 인정하고 전면 재검토에 나설 시점이 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사건건 서울시교육청의 발목을 잡으며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협의 공문을 여러 차례 반려한 데 이어,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즉각 시정명령을 내렸다. 교육청은 불응하겠다는 태도여서 결국엔 교육부와 교육청의 소송전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주어졌는데도, 정부가 이를 부정하고 불필요한 기관 간 대립으로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교육부는 이런 비교육적인 태도를 버리고, 앞서 서울시교육청의 종합평가 등에서 드러난 자사고의 실태가 애초 정책 목표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인지 명확한 견해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자사고 지정 취소와 이를 둘러싼 소송, 2016학년도 신입생 선발제도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얽히면서 당장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자사고 지정 취소가 힘을 얻으려면 일반고를 비롯한 고교 교육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일 좀더 구체적인 청사진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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