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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독거노인 자살 부른 공허한 복지정책

등록 2014-11-02 18:31

세들어 살던 집에서 나가게 된 68살 독거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9일 서울 장안동의 한 다가구주택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된 최아무개씨는 주검을 수습할 이들에게 “고맙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라. 개의치 말고”라는 쪽지와 함께 돈을 남겼다. 장례비 100여만원과 전기·수도요금도 따로 남겼다. 그는 공사현장에서 일해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홀로 빈곤의 벼랑으로 내몰려 죽음을 눈앞에 둔 그 처연함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 방에서 함께 마지막 길을 떠난 세 모녀도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서와 함께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겼다. 세 모녀는 60대 어머니가 팔을 다치면서 생계가 불가능해지자 그런 선택을 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빈곤 앞에서도 선한 심성을 잃지 않았던 이들이 잇달아 목숨을 버리는데도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호소는 여전히 메아리가 없다. 개인의 불행과 좌절은 여전히 그 사람에게만 전가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국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독거노인 최씨도 그렇게 죽어갔다.

노인 자살은 이미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65살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10만명당 81.9명꼴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4~5배이고, 다른 연령대에 견줘도 서너 배다. 상당수는 빈곤 때문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노인 자살률과 마찬가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013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노인가구의 상대빈곤율은 4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4배 정도다. 50살까지 한 자리 수준이던 빈곤율은 나이가 들면서 급상승한다.

노인 빈곤은 노후 소득보장이 거의 안 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연금이 턱없이 모자란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전체 노인의 3분의 1도 안 되고, 금액도 월 10만~20만원을 받는 사람이 다수다. 최대 20만원인 기초연금은 1인가구 최저생계비 60만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노인가구는 132만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노인 임금근로자 10명 중 6명은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더는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기초연금 시행 정도로 할 일을 다 한 양 손을 놓아서도 안 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실효성 있는 노인복지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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