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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9시 등교제, ‘아침이 있는 삶’의 첫걸음

등록 2014-11-03 18:32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학교별로 학생·학부모가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어 ‘9시 등교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미 시행 중인 경기도와 전북에 이어 2015년 1학기부터 제주도와 서울의 학교들까지 동참하게 되면 전국 초·중·고교생의 절반 가까이가 여유로운 아침을 맞게 될 전망이다.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수면 시간을 주고 부모와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게 하자는 제도의 취지 자체를 반대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부족한 수면이 신체·정서 발달이나 학습 효율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입증된 터다.

9시 등교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어른들의 손쉬운 핑계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맞벌이 부모의 출근 시간과 맞지 않아 등굣길을 챙겨주기 힘들어진다고 하는데, 원하는 학생들은 일찍 등교해 동아리 활동 등 자율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면 된다. 9시 등교제를 도입한 경기도 학교들에서 이미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조조 학원’이 등장할 것이라는 끔찍한 상상도 반대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아이들에게 아침을 찾아주자며 어렵게 도입한 제도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교육 업자는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아무리 사교육이 허용된다지만 그 한계는 있는 만큼 교육당국도 강력한 규제를 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9시 등교제를 둘러싼 논란의 근저에는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중고생들의 공부 시간이 가장 긴 나라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학 점수에서 2위인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공부 시간은 1위인 핀란드 학생들의 두 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들의 시간을 뺏어 학력을 높이는 비정상적인 교육 방식에 의존해오다 보니, 학습 시간을 줄이는 게 곧 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감을 느끼는 듯하다. 더구나 무한경쟁의 입시 구조에서 시간은 곧 경쟁력이라는 논리가 아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하기로 한 대토론회 과정에서 9시 등교제의 표면적 찬반 논리를 넘어 근본적인 토론도 함께 이뤄졌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공부와 경쟁을 시키더라도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켜주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아침의 여유를 찾아주는 작은 변화를 넘어 과도한 학습량, 창의성을 억누르는 교육 방식, 과도하게 경쟁적인 대입 체제 등을 바꿔나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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