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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변에 대한 검찰의 ‘치졸한 보복’

등록 2014-11-05 18:24

검찰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을 징계해달라고 10월31일 대한변호사협회에 신청했다. 징계 사유나 뒷사정을 살펴보면 이례적일뿐더러, 감정적 보복이나 ‘재갈 물리기’가 아닌지 의심된다.

검찰이 내세운 징계 사유부터 말이 안 된다. 검찰은 장경욱 변호사와 김인숙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거짓 진술과 묵비권 행사를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술거부권의 고지는 수사관이나 판사·검사도 해야 하는 당연한 법적 절차다. 의무도 아닌 권리를 강요했다는 비난도 상식 밖이다.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는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거나 묵비할 권리, 잘못된 진술을 번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변호인이 피의자·피고인에게 알려주고 이를 행사하도록 돕는 것이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 기본권을 행사하게 했다고 징계하자는 것은 사법질서 자체를 부인하는 일이 된다.

집회의 질서 유지에 나선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변호사 5명의 경우도 검찰의 억지이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관련 집회에서 이들 변호사가 연행된 사건은 이미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드러났다. 당시 진상조사에 나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적법하게 열린 집회를 경찰이 방해한 것이 오히려 집회방해죄에 해당한다며 현장 책임자 징계와 형사처벌을 주문했다. 위법한 공권력 집행에 대한 저항은 무죄라는 법원 판결도 있다. 그런데도 검찰이 집회 방해를 막던 변호사들을 되레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다. 그도 모자라 징계까지 요구했으니 아예 입을 틀어막겠다는 게 된다. 당연한 기본권 행사를 ‘공권력 무력화’나 ‘법 집행 방해’ 따위로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다.

검찰의 무리한 징계 요구에는 속사정도 있어 보인다. 공안 검찰이 시국사건 변호를 맡는 민변 변호사들을 눈엣가시로 여겨왔다는 것은 공공연하다. 4월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사건과 9월 북한 직파 간첩이라는 홍아무개씨 사건에서 각각 무죄가 선고되면서 그런 분위기는 더했던 듯하다. 장경욱·김인숙 변호사는 이들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검찰은 무죄 이유였던 증거 조작과 장기 구금을 통한 자백 강요를 반성하기는커녕 당사자로 맞섰던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해묵은 별개 사건을 뒤늦게 문제삼았다. 이는 공익을 위해 부여된 징계신청권을 남용한, 치졸한 보복으로 비칠 뿐이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징계 신청을 거둬들여야 한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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