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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표현의 자유 지나치다니 ‘유신시대 총리’인가

등록 2014-11-06 18:32

정홍원 국무총리가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가 너무 지나치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답변은 우리 사회 분위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인데다 정부 수뇌부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래 우리나라는 언론자유를 포함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당하는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4년 언론자유지수’를 보면 한국은 전체 180개 국가 중에서 57위였다. 2011년 42위에서 3년 내리 추락했다. 이는 참여정부 때의 31위와 비교하면 무려 스물여섯 단계나 하락한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를 ‘눈에 띄게 문제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의 언론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5월 발표한 언론자유 순위에서도 한국은 지난해보다 네 단계 떨어진 68위에 머물렀다. 정 총리의 발언은 국제 언론감시단체의 이런 평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발언이다.

국제언론감시단체들의 지적은 박근혜 정부하에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표현의 자유’ 억압을 수치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까운 사례만 보더라도 권력 비판에 대한 공권력의 탄압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대검찰청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 엄단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전담수사팀을 발족한 것이 9월이었다. 그 뒤 카카오톡 사용자 수백만명이 사이버 망명을 했다. 또 ‘세월호 참사일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해 국제적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정 총리의 발언 계기가 된 팝아티스트 이하씨의 체포와 입건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야비한 탄압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박 대통령 풍자 전단의 내용을 문제삼기 어렵자 일반인에게 개방된 건물 옥상에 올라간 것을 두고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런데도 정 총리는 “주인의 승낙 없이 들어가면 주인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짐짓 진지하게 답변했다. 일국의 총리로서 한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품격과 위엄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기야 철권으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았던 유신시대와 비교하면 표현의 자유가 과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자유의 가치를 우습게 아는 이 정권의 속내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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