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은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더 패게 생겼다. 일본 엔화 약세가 큰 악재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와 유로지역 유로화 약세도 경계해야 할 재료다. 이들 대외변수는 우리가 마음먹는다고 해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파장이 만만찮을 듯하다.
우선 금융시장이 며칠째 요동을 치고 있다. 7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3.7원, 원-엔 환율은 100엔당 947.8원을 나타냈다. 우리 돈인 원의 가치가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내리면 수출을 비롯한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외화 유출입 위험도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정부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와 기업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달러를 비롯한 주요 통화의 가치 급변동은 경제 상황이 달라진 데 원인이 있다. 미국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 여진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나타내는 반면, 일본과 유로지역은 다시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로지역은 디플레이션 위험마저 큰 실정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 미국은 양적완화(QE)를 중단했고 내년 중후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달러 강세가 힘을 받고 있다. 일본과 유로지역은 반대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섰거나 나설 가능성을 내비쳐 통화가 약세다. 이는 어느 정도 예고된 상황이고, 그들로서는 불가피한 조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할 만한 면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경제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엔 약세는 수출기업에 상당한 짐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 수출품의 경쟁력이 많이 높아졌다고 해도 일본과 경쟁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일 가파른 엔 약세 현상과 관련해 “제약과 한계가 있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현실을 일러준다. 달러 강세의 경우 수출에 호재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달러를 빠져나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 예사롭게 봐넘기기 어렵다.
통화가치 변동에 대처할 실효성있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최대한 지혜를 짜내야 한다. 재정과 통화 부문에서 쓸 수 있는 정책 조합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와 공조해서 대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상황에 맞게 손질하는 것도 대상에 올려야 한다. 외풍에 덜 흔들리게 경제 체질을 다지는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할 일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