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6일 내년도에 2~3개월분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로 함으로써 당장 누리과정은 파행을 면하게 됐다. 그러나 말 그대로 발등에 떨어진 불만 급히 끈 격이다. 그 이후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여전히 남은 문제고, 교육복지를 둘러싼 근본적인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안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도교육청의 서로 다른 시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준은 수혜자인 어린이나 학생, 학부모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타협의 여지가 생기고 해결의 길이 보인다. 가령 어린이집 누리과정 문제에선, 취학 전 아이들에게 국가가 얼마나 돈을 대서 보육 및 교육을 시키는 게 필요한가라는 판단과 이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을 사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누리과정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게 맞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교육청에서 어떻게 분담할지는 그 이후에 논의할 문제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모두 무상보육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건, 단지 표만 의식해서라기보다는 이런 기본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권 일부의 주장처럼 누리과정이나 무상급식과 같은 교육복지를 무조건 철회하자고 할 게 아니라, 재원 마련 방안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고 말하는 게 책임있는 자세다. 우선 내년도 예산 심의를 하면서 국회가 누리과정 예산의 부족분을 메울 방안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 올해 예산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도로·하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정부안보다 4천억원이나 늘어났는데, 그중 상당수는 국회의원 지역구 사업을 위한 ‘쪽지예산’이었다고 한다. 불요불급한 부분을 줄이고 국민이 절실하게 원하는 부분에 돈을 더 투입하라고 국회에 정부 예산 심의를 맡겼음을 여야 정치권은 되새겨야 한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증세 추진이 불가피하다. 교육복지 논란의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 대선 때 자신있게 공약해 놓고 이제 와서 교육부와 지방정부, 교육청 사이의 갈등을 청와대는 바라만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건 옳지 않다. 사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울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견되었다. 지금이라도 대기업과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서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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