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무리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대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을 구축하게 됐다. 교역을 확대하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외부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있다.
합의 내용을 보면, 예상보다 범위가 훨씬 넓은 ‘높은 수준의 협정’이 맺어졌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상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투자·금융·통신·전자상거래 분야까지 포괄하는 대외 통상조약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한-중 경제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은 이미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대외 무역 흑자에서도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까지 발효되면 수출과 투자 확대의 기회를 선점하게 된다. 중국이 내수 주도 성장 전략으로 전환해 통상 장벽을 높이고 있는 터여서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선점 효과는 의미가 크다. 두 나라 경제관계의 강화는 남북관계를 푸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 요소도 많다.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역시 농업부문이다. 쌀과 양념류 등 민감품목을 양허(개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개방 대상으로 합의된 중국산 농수산물만으로도 위협적이다. 값싼 중국 농수산물의 공세는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농어업의 생산기반을 갉아먹는 주범이었다. 중국과의 농수산물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가 지난해 34억달러로 2000년에 견줘 2배 이상 늘었다. 협정에 따라 관세까지 철폐되거나 낮아지면 중국산 농수산물의 수입 증가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농어민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산물은 단지 경제적 득실을 넘어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국내 중소기업에도 협정은 큰 걱정거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제조업체 500곳을 상대로 협정의 전망을 물어봤더니 금속가공제품이나 1차 금속 같은 부품·소재업종에서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중소기업이 자체 대응력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세밀한 지원책이 요구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 교역 확대를 넘어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 경제·외교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협상 타결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의 경쟁이 가속화한다는 뜻이다. 우리로서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이는 ‘위기’인 동시에 양자 간 균형추가 될 수 있는 기회다. 정부는 앞으로 더 치밀하고 전략적인 자세로 협상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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